[푸조] 308 CC HDi A/T
- 모델연식
- 2009년
- 배기량
- 1997cc
- 최고출력
- 136ps/4000rpm
- 엔진형식
- 디젤
- 가격
- 5590만원
국내에 수입차 최초로 디젤 세단을, 디젤 쿠페를, 디젤 1.6 모델을 도입한 푸조가 이번에는 첫 디젤 컨버터블을 선보였다.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 307CC의 후속모델인 308CC가 그것이다. 디젤엔진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못했던 시절에는 해외에서의 디젤 컨버터블 출시 소식이 마냥 신기했던 기억인데, 그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308CC 2.0 HDi는 최신모델인데도 예전부터 접하던 모델마냥 편안하게 느껴졌다.
컨셉 3/5 해당 차량의 컨셉입니다.
푸조는 1930년대부터 하드탑 컨버터블을 만들었던 ‘원조’이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벤츠 SLK등 일부 고급차용 기술에 머물렀던 전동식 하드탑을 처음으로 대중차에 도입한 –결국 하드탑이 소프트탑을 밀어내고 컨버터블의 대세로 자리잡게 만든 - 장본인이기도 하다. 2000년에 푸조가 206CC로 스타트를 끊은 이래 숱한 유사 ‘쿠페-카브리올레’ 차량들이 등장했지만, 307CC(2003), 207CC(2007)를 포함해 작년 연말까지 65만대의 쿠페-카브리올레(CC)를 생산한 푸조가 이 분야 시장점유율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스타일링 3/5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등 스타일에 대한 평가입니다.
308해치백이나 308SW와 마찬가지로 308CC도 기본 플랫폼은 307시절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붕구조 자체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307CC대비 넓어진 차폭을 바탕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차체가 예전에 두드러졌던 ‘어색한 비례’를 절묘하게 감추고 있다. 308의 앞모습이야, 처음부터 비교상대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돋보이는 존재감을 가졌던 것이지만, 아래로 쳐졌던 측면 유리 하단 라인이 팽팽해진 것이라든지, 뒷유리 끝 단으로부터 내리막을 이루며 떨어졌던 트렁크 덮개가 정상적인(?) 형태로 바로잡힌 것 등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흡기구 모서리가 뾰족한 앞 범퍼는 해외사양의 경우 버전에 따라 308해치백에도 적용되던 것인데, 국내에는 처음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 다른 308들과의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넓고 큼직큼직한 앞부분에 비해 뒤는 다소 가볍게 보이는 편. 헤드램프와 대칭을 이루듯 커다란 테일램프를 달았던 307CC에 대해 자기비판이 이루어진 결과는 아닌가 모르겠다. 어쨌든 ‘뒷모습은 페라리네?’라고 얘기한 이가 있을 정도로 후면 부에도 눈을 현혹하는 요소들은 많다. 앞모습에서 시작된 V형상이 뒤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은 다른 308들과 마찬가지. 트렁크 굴곡과 절개선, LED 테일램프, 범퍼 하단의 디퓨저 가운데 부분까지 모두 V를 그린다. 차체와 측면 유리의 경계를 강조한 크롬장식은 뒷면까지 이어져 C필러를 감쌌고, 번호판 보금자리의 경계부분 V라인 역시 크롬도금으로 힘을 주었다.
푸조가 ‘빨간빛의 커튼’을 만든다고 표현하는 테일램프는 후미등과 제동등, 깜빡이를 각각 한두 줄씩의 LED로 비스듬히 배열했고, 리어스포일러 가운데에 보조제동등을 심어 시인성을 높였다. 범퍼 하단의 검은색 디퓨저 형상 양끝 빨간색 반사판 아래로는 왼쪽에 후방안개등, 오른쪽에 후진등이 내장되어 있다. 레이싱카에서 공기역학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설계하는 디퓨저를 흉내 내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긴 했는데, 배기구는 범퍼 안쪽으로 숨겨 바닥을 보도록 했다. 가짜 배출구 형상을 만들어 크롬 테두리로 강조한 308해치백보다는 나아 보인다.
화려한 앞뒤 모습에 비해 측면에서는 은은하게 숨겨진 굴곡을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308해치백이나 SW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의 17인치 휠은 애프터 마켓용으로 많이 보던 제품을 연상시켜 흥미롭다. 차체 크기를 치수로 따져보면 307CC에 비해서는 길이 43mm, 폭 58mm가 늘어났고,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308해치백과 비교하면 길이는 124mm가 더 길고 높이는 72mm가 낮다. 해치백보다 휠베이스가 3mm 짧아진 것은 마치 전용 하체설정을 가졌다고 티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실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트다. 어지간한 스포츠카에 달아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멋진 형상인데,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2007년에 공개된 308 베이스의 스포츠 쿠페 컨셉카 ‘308 RC Z’의 것과 유사하다. 308들의 시트가 워낙 멋스럽긴 했지만 이번에는 헤드레스트가 일체형으로 붙고 버킷 형상이 강조되면서 더욱 탐스러운 모양이 되었다. 게다가 국내 308들에 빠져 아쉬움을 자아냈던 올-가죽/전동조절/열선 사양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주행|성능 3/5 핸들링, 고속주행 등 주행성능에 대한 평가입니다.
308CC는 해치백보다 지붕만 낮춰진 것이 아니라 하체도 앞/뒤가 12mm/8mm씩 낮아지는 등 전용의 하체설정을 가졌다. 고정식 지붕을 대체하기 위해 차체 곳곳을 보강했고, 307CC보다는 무게를 줄이면서도 강성을 높였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타 본 모 회사의 하드탑 컨버터블은 요철을 지날 때마다 유리와 지붕이 털리면서 요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는데, 308CC에서는 그러한 면을 찾아볼 수 없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차체강성 못지 않게 진동흡수 능력도 중요하다.
운전감각에 있어서는 유연하다 못해 다소 느슨하게도 여겨졌다. 낮아진 운전자세나 스티어링휠, 시트 형상 등이 스포티하게 잘 달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저속에서의 조향 반응 민첩성 등은 해치백만 못하다. 전동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의 설정 등 많은 부분이 바뀐 탓이다. 보기만큼 스포티한 차가 아니란 점을 인정하고 나면, 긴장을 풀고 와인딩 주행을 즐기는 정도로는 무리가 없다. 타이어는 225/45R17 사이즈의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컨택3를 끼웠는데, 승차감도 좋은 편이다.
엔진은 2.0 디젤 ‘HDi’이고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최고출력이 4,000rpm에서 138마력,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32.6kgm이고 오버부스트 시에는 34.7kgm까지 올라간다. 제원상 수치가 최신 디젤들에 뒤쳐지고 해치백보다 170kg정도 불어난 몸무게도 신경 쓰이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흡족한 힘을 발휘해준다. 특히 시동을 걸 때부터 시작해 통상적인 시내주행은 물론 과격한 주행에서도 시종일관 부드럽게 느껴지는 구동계 반응이 만족스럽다. 수동모드에서도 회전수가 4,500rpm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데, 4,000rpm정도까지는 회전에 부담이 없다. 소음과 진동 면에서의 성숙함이 디젤 컨버터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 지난 번 308 MCP를 탈 때만 해도 브레이크의 예민한 초기반응에 당황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자연스럽고, 동력연결이나 변속에 대한 위화감도 느낄 수 없었다.
제원상 0-100km/h 가속에는 12.5초가 걸리고 최고속도는 202km/h이다. 해치백은 11.6초와 200km/h이고, 몸무게가 둘 사이에 들어가는 SW는 11.7초와 197km/h를 나타낸다. 정속 주행시 엔진회전수는 80km/h에서 1,600rpm, 100km/h에서 2,000rpm정도.
뒷좌석에 설치하는 윈드스토퍼가 트렁크에 들어있었지만 그냥 다녀도 운전석에는 바람이 그리 몰아치지 않는다. 다만, 가이드가 없는 안전벨트는 팔랑거리면서 어깨를 쳐서 신경 쓰인다. 물론 뒷좌석 승객은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각오를 해야 한다. 지붕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울 때에는 유리창 4개만 내리고 달려도 꽤 삼삼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안전|편의 3/5 승차감, 옵션사항 등 안전편의에 대한 평가입니다.
유리창이 닫힌 상태에서 지붕을 열 때, 307CC는 유리창들이 완전히 내려가면서 지붕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308CC는 유리창들이 5cm만 하강했다가 지붕이 열리고 나면 다시 원위치된다. 지붕과 유리창의 작동을 이원화한 셈이다. 이처럼 눈에 띄는 차이점 외에도 가변 지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이 안팎으로 이루어져있다. 유리창 네 개를 한꺼번에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스위치가 지붕개폐 스위치 옆에 마련되어 있는 것은 307CC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앞으로는 (해치백과 SW에서는 파노라마 루프의 전동 햇빛가리개용 스위치가 있었던 부분) 시트 열선 조작부처럼 생긴 다이얼이 한 세트 더 있는데, 이것으로 에어웨이브의 세기-온도와 풍량-을 조절한다. 에어웨이브는 시트 등판에 달린 세라믹 서미스터와 송풍장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실내온도조절장치와는 별개. 요즘 같은 여름철에 에어컨을 틀었다고 해서 목에 냉풍을 불어주는 것은 아니고, 따뜻한 바람의 온기만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처럼 센터콘솔에 조작부들이 늘면서 컵홀더는 사라졌다. 운전석 왼편의 작은 선반이나 동반석쪽의 가방걸이는 그대로 달렸고, 글로브박스와 센터콘솔 수납함은 도어록과 연동해 잠긴다. 지붕을 열어놓은 채 자리를 비웠을 때 도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가격|유지비 4/5 차량가격과 구입 후 유지운행의 경제성에 대한 평가입니다.
430km를 주행한 시승기간 동안의 평균연비는 10.8km/L가 나왔고 트립컴퓨터에 남겨진 시승차의 총 주행거리 2,200km에 대한 연비는 10.6km/L였다. 2.0 HDi 해치백 시승 때의 12km/L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 수준. 하지만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디젤 컨버터블인 만큼 14.7km/L의 공인연비는 컨버터블 중 최고다. 참고로 해치백과 SW의 공인연비는 15.6km/L. 주유구는 여전히 시동키를 마개에 꽂아야 열 수 있는 방식이고, 연료탱크 용량은 60리터이다.
장|단점 3/5 전반적인 장점과 단점에 대한 평가입니다.
화려한 스타일링과 스포티한 외적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308CC는 짜릿한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는 아니다. 하지만 2세대로 넘어오면서 숙성된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로서의 가치는 사용자 친화적인 각종 사양과 편의성, 편안한 주행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젤엔진과의 궁합도 나무랄 것이 없어서, 오히려 푸조의 장기들을 잘 버무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것 대신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이에게는 푸조에서 내년에 출시하는 2+2 쿠페 ‘RCZ’를 추천한다. 308CC보다 더 납작한 차체에 전동식 하드탑 같은 거추장스러운 장비 없이 순수한 운전재미를 추구한 차라 하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