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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포르테 쿱 2.0 KOUP 레드 프리미엄 A/T 

모델연식
2009년
배기량
1998cc
최고출력
158ps/6200rpm
엔진형식
가솔린
가격
1966만원

광고 때문일까? 아니면 빨간 색상 때문일까? 어떤 이는 수입차처럼 보이는 외관 때문이라고도 했다. 아마 셋 모두일 것이다. 말 그대로 ‘헤드터닝(head-turning)’. 그 사이, 비싸고 좋다는 차, 이국적인 스포츠카들도 많이 타봤지만, 이만큼 행인들의 끈적한 시선을 느끼기는 1년 전 쏘울 시승 때 이후 처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쏘울도 시승차가 빨간색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여성들이, 이번에는 남성들이 더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 조금 달랐다.

컨셉 3/5 별3개 해당 차량의 컨셉입니다.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앞바퀴 굴림 쿠페는 대가 끊겼다. 스쿠프-티뷰론-투스카니로 이어져온 현대의 쿠페 라인은 당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스포츠카’에 대한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무시 못할 역할을 해왔다. 후륜구동방식을 채택한 제네시스 쿠페는 그 수준을 한 단계 이상 높여놓았지만, 젊은 층이 접근하기에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위치로 올라선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르테쿱은 투스카니의 단종과 함께 공석이 됐던 그 자리를 다시 채웠다고 볼 수 있다.

스타일링 4/5 별4개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등 스타일에 대한 평가입니다.

컨셉카에 대한 호평을 바탕으로 양산차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벨로스터와 달리, 2008년 뉴욕모터쇼에서 세계최초로 공개된 ‘쿱(Koup)’ 컨셉카는 이미 개발 마무리 단계였던 포르테 세단과 쿠페의 디자인에 대한 예고편 역할을 맡고 있었다. 1년 뒤, 뉴욕모터쇼에서는 양산형의 포르테쿱이 베일을 벗었고, 비슷한 때 열린 서울모터쇼에서는 1년 묵은 쿱 컨셉카를 볼 수 있었다. 당시 해외에서 배포된 보도자료 사진 속의 포르테 쿱은 컨셉카의 이미지를 잘 유지하고 있어 반가운 한편으로 우중충한 색상이 실망스러웠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도로 위에서 실물로 만난 빨간색 포르테 쿱은 하얗고 까만 차들 사이에서 단연 시신경을 자극하는 밝은 빨간색으로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세단도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좋았지만, 지붕을 6cm 낮추고 휠아치를 부풀린 포르테쿱은 스포티한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날렵하게 보이려다 오히려 나약하게 보이는 결과를 초래한 쿠페들이 있는 반면, 포르테쿱은 속이 꽉 차 보이는 묵직한 모습으로 차별화된다. C필러의 형상으로 인해 실제보다 뒷유리가 덜 누운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고, 사진상으로는 후륜 휠아치의 볼륨감과 테일램프 바깥쪽 모서리의 꺾인 면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듯 하다.

보닛과 헤드램프 외에 거의 모든 외장파트를 세단과 달리한 포르테쿱은 휠 모양 하나만 보더라도 디자인에 얼마나 신경 쓴 차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컨셉카에 달렸던 것과는 격이 달라도 한참을 다르긴 하지만, 이 정도라도 흉내 내려고 노력한 것이 대단하다. 이 휠은 얼핏 보기와 달리 검정색 휠에 은색 플라스틱 장식을 붙인 것이다. 휠 뿐 아니라 차체 곳곳에도 번쩍거리는 검정색으로 액센트를 주었다. 실내에서 유행처럼 번진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를 바깥으로 끄집어 낸 것이다. 차체외장의 검정색 부품들은 오랫동안 ‘저가버전’을 상징하던 것인데 포르테쿱에서는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검정색 파트가 늘어간다. 물론 이 블랙 하이그로시 처리는 기존의 ‘안 칠한 검정색 플라스틱’ 부품들과 달리 고급스럽고 차체색상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효과가 있지만 적용범위가 지나쳐 보인다. 어지간한 부분들은 그냥 차체색상으로 놔두고 차라리 컨셉카처럼 지붕을 검정색으로 칠해주었으면 어땠을까.
도어트림이 새로 설계된 것 외에 실내에서는 세단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센터페시아의 블랙 하이그로시 부분을 넓히고 대각선으로 살을 붙여 컨셉카의 그것을 재현했는데, 비상등 스위치 주변의 곡면이 오묘한 느낌을 준다. 고급형부터는 대시보드의 크래시패드에 인조가죽이 덮이고, 최고급형에 해당하는 레드프리미엄을 선택하면 이 부분과 도어트림 가죽이 빨간색으로 처리된다. 시승차는 차체 색상이 빨간색이라 효과가 덜했지만 실내에서뿐 아니라 밖에서 볼 때도 액센트가 되는 부분이다. 나머지 재질들은 단단한 플라스틱 그대로이다. 2010년형 포르테가 나오면서 실내 재질을 고급화했다는데 어느 부분이 그렇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컨셉카보다도 디퓨저 면적이 넓어져서 뒷범퍼 옆까지 파고들어갔기 때문에 후측면에서 보면 꽁무니가 들린 것처럼 보이는 데, 원래 모습대로 묵직하게 놔뒀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주차센서는 디퓨저 부분에 매립해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처리했고, 컨셉카에서 좌우 양측으로 하나씩 뽑았던 배기구는 오른쪽에 쌍으로 몰았다. 디퓨저 사이로 타이트하게 고개를 내민 지금의 배기구 모습도 꽤 탄탄해 보이지만, 나중에는 튜너의 손을 빌어서라도 좌우 양갈래 배기구까지 보고 싶다.

주행|성능 3/5 별3개 핸들링, 고속주행 등 주행성능에 대한 평가입니다.

2.0 모델은 포르테 2010년형과 함께 현대기아의 준중형차 최초로 구형 베타가 아닌 쎄타, 그것도 쎄타II를 얹었다. 기아에 따르면 이 엔진은 무려 ‘158마력의 울트라파워를 뿜어내는 최첨단 슈퍼엔진’이기 때문에, 143마력의 구형 베타엔진을 얹었던 투스카니 2.0따위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경우의 공차중량도 포르테쿱은 1,215kg, 투스카니는 1,357kg으로 차이가 크다. 달리기 성능이 기대를 모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동변속기 모델에서는 눈높이를 많이 낮춰야 할 듯싶다. 발진 가속에 대한 체감성능은 좋다.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이 예민해서, 무심코 밟았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튀어나가기를 여러 차례.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고도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조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았을 정도다. 1.6이었다면 힘도 없으면서 초기반응만 높이는 속임수를 썼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2.0이니 기본 이상의 힘은 갖췄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정작 필요할 때 신속하게, 충분한 힘을 내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엔진은 고회전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동변속기는 운전자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언덕길을 탄력 받아 올라가면서 가속페달을 미묘하게 밟아보면 변속기는 단수를 내렸다 올렸다 해가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프트다운이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기어단수가 고작 1단을 내려가는데도 회전수가 크게 솟구치며 굉음을 내니 지켜보기가 안쓰럽다. 아무래도 엔진 힘을 허투루 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1.6과 2.0에는 4단 자동변속기가 달리고 수출용인 2.4에만 5단이 쓰인다. 투스카니 시절에는 2.7 V6에도 4단이 올라갔으니 조금 나아진 것이긴 하지만, 요즘 추세를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안전|편의 2/5 별2개 승차감, 옵션사항 등 안전편의에 대한 평가입니다.

스티어링휠은 크기나 파지감이 나쁘지 않지만 모양자체가 스포티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수출형에는 크루즈컨트롤용 버튼이 추가되어 아래쪽 스포크에도 버튼이 달리는데, 남의 떡이라 왠지 좀 나아 보이긴 한다. 시승차에는 스티어링 컬럼의 깊이 조절기능이 있지만 이는 레드프리미엄에 한정된 내용이다. 변속레버는 파지시의 속이 꽉 찬 느낌이나 레인지 이동시의 조작감이 좋다. 팔걸이 위치도 적당하다. 페달과 풋레스트에는 메탈장식이 붙었고, 쏘울에 달렸던 라이팅 스피커가 재활용되었다. 시승차는 센터콘솔 주위에서 열이 발생해서 올려둔 물건들은 물론 안쪽 다리도 따뜻해졌다. 겨울이라면 온열기능이 있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시승날은 복날이었다.

동반석 등받이 바깥쪽에는 원터치로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고 시트를 밀어낼 수 있는 워크인 디바이스가 마련되어 있다. 뒷문이 없는 차에서는 당연한 기능이다. 그런데 운전석에는 이 기능이 없다. 투스카니 때는 기본형에도 있었는데, 제네시스 쿠페 때부터 운전석에는 아예 안 넣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물론 허리를 푹 숙여 방석에 달린 등받이 각도조절 레버를 당기면 운전석 등받이도 앞으로 젖힐 수 있다. 시트도 레버 당겨서 앞으로 밀면 된다. 하지만 뒤에 사람을 태우던, 짐을 싣던, 뭘 해도 불편하기 마련이다. 이 기능이 음악 나올 때 번쩍거리면서 조명 켜지는 스피커만도 못할까? 뒷문이 없는 차를 탈 때면 운전석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고 시트 뒤에 가방을 놓는 것이 습관화된 필자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가격|유지비 3/5 별3개 차량가격과 구입 후 유지운행의 경제성에 대한 평가입니다.

시승차는 2.0 레드프리미엄 (자동변속기 기본)으로 차값 1,966만원에 선루프 값 46만원이 더해져 2,000만원에 턱걸이를 했다. 선루프와 DMB 내비게이션(85만원), 사이드&커튼 에어백(50만원)은 전 트림에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장|단점 3/5 별3개 전반적인 장점과 단점에 대한 평가입니다.

포르테쿱은 달리기의 질감 면에서 투스카니의 수준에 못 미친다. 엔진 성능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한 급 아래의 차로 느껴진다. 대신 대중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결 유리한 면모들을 갖추었다. 기아가 기껏 쿠페로 개발해 놓고도 시장에서는 ‘스포티 세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장에서 대체 모델로 자리잡긴 했으나 지향점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