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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엘리스 SC 

모델연식
2008년
배기량
1796cc
최고출력
220ps/7800rpm
엔진형식
Gasoline
가격
8220만원

 

국내에서는 비교상대를 찾아보기 힘든 영국제 순수스포츠카, 로터스 엘리스와 1박2일을 함께했다. 엘리스R에 수퍼차져를 더해 엘리스 사상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엘리스SC는 엑시지S에 버금가는 힘의 여유와 자극을 겸비한 도로-서킷 겸용의 스포츠카다.

컨셉 4/5 별4개 해당 차량의 컨셉입니다.

엘리스는 소형차크기로 만들어놓은 카트요, 도로용으로 컨버전한 포뮬러카다. 실내에는 일부러 덧댄 알루미늄 장식이 아니라 실제로 차의 뼈대를 이루는 알루미늄 섀시가 그대로 드러나있고, 스티어링휠은 휴먼파워로 돌아간다. 오로지 서킷에서의 스포츠 주행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차가 일반 도로도 달릴 수 있고, 옆에 사람도 태울 수 있고, 비도 피할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런 차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로터스만이 제공하고 있다. 페라리나 포르쉐는 이에 비하면 사치스러운 고급 승용차. 엘리스는 이전 모델인 엘란과도 차원이 다르다.

스타일링 3/5 별3개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등 스타일에 대한 평가입니다.

실내는 2008년형으로 바뀌면서 은근 큰 폭의 변화를 거쳤다. 송풍구와 전면 스피커가 상단으로 올라가고 동반석쪽에 치우쳐있었던 오디오의 헤드유닛이 가운데로 옮겨지면서 대시보드는 좌우대칭형이 되었다. 엔진시동은 키를 꽂아 돌린 뒤 스티어링휠 왼편의 버튼을 눌러 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끌 때는 키를 돌려 끈다.) 각각의 버튼으로 작동시키는 미등/헤드램프/안개등, 그리고 퀴즈를 내듯 배치된 도어록/TCS/액정화면전환스위치는 여전하다.

시동이 바로 안 걸릴 때 리모컨의 버튼을 눌러줘야 하는 것도 그대로이지만, 저렴해 보이는데다가 모양마저 어색했던 구형의 분리형 리모컨이 시동키 일체형의 단단한 디자인으로 바뀐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앞서 탔던 로터스들이 하나같이 대시보드와 스티어링휠을 스웨이드로 덮었던 탓에, 단단한 검정색 플라스틱 대시보드를 그대로 드러낸 이번 시승차는 그보다 못해 보이는 측면도 있었다. 반면 회색 알몸이 민망했던 변속기-주차브레이크레버 하우징에는 가죽옷을 입혔는데, 보기에 좋은 것은 물론 작동시 덜렁거림도 줄었다.
알루미늄 고리와 가죽끈으로 구성된 컵홀더도 이번에 추가된 사양이다. 알루미늄 레일에 달려있어 안 쓸 때는 안으로 쑥 밀어 넣을 수 있고, 디자인 자체가 특별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횡g가 걸리는 순간, 작은 커피캔 따위는 옆 구멍으로 빠져 실내에 토사물을 남길 수 있다.
도어에는 따로 포켓이 없지만 대시보드쪽에는 핸드폰 따위를 올려 둘만한 자잘한 공간이 많다. 시트 뒤편에도 그물망을 비롯한 좁은 수납공간들이 있는데, 쓰기에는 편치 않지만 남자화장실 소변기모양으로 생긴 수납공간이 재미있다. 차 앞부분을 라디에이터가 잠식한 탓에 트렁크는 엔진 뒤편에만 있고, 적재용량(112리터)은 분리한 지붕을 넣어두기에 꼭 맞는 정도다. 엔진룸과 트렁크는 한 이불을 덮는 사이. 이 덮개와 연료주입구를 여는 데는 시동키가 필요하다. 엑시지와 달리 엔진룸/트렁크 덮개에는 댐퍼가 없다.

주행|성능 4/5 별4개 핸들링, 고속주행 등 주행성능에 대한 평가입니다.

2007년 연말에 발표된 뒤 2008년 3월에 국내 출시된 엘리스SC(Elise Supercharged)는 기존의 고성능 사양이었던 엘리스 R의 193마력 엔진에 수퍼차져를 추가해 22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얼핏 엑시지S(220마력)의 엔진을 그대로 이식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불룩한 뒤쪽지붕-엔진덮개 아래로 루츠타입 수퍼차져와 인터쿨러를 달았던 엑시지S와 달리 납작한 덥개를 가진 엘리스는 공간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쿨러를 버리고 수퍼차저를 새로 마련해야 했다.
기본이 된 엘리스R의 엔진은 야마하가 설계한 토요타 엔진을 다시 로터스에서 튜닝한 것. 엘리스R의 1.8리터 2ZZ-GE는 롱스트로크인 엘리스S의 1ZZ-FE와 달리 스퀘어타입에 가깝고, 야마하에서 설계한 엔진답게 모터사이클 못지않은 고회전을 자랑한다. 가변밸브 타이밍에 리프트를 겸비한 VVTL-i 밸브기구를 갖추고 있는데, 6,000rpm을 넘기면서 하이캠이 터져 머리꼭지가 도는 흥분을 연출해낸다.
극한의 트랙주행용 자동차보다는 재빠른 도로용 차를 지향하는 엘리스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되어, 엘리스 SC는 나름의 주행특성을 선보인다. 가속페달반응은 점진적인 한편으로 몹시 직접적이며, 정밀하고 정제된 주행감을 선사한다. 의외로 부드럽게 상승하는 엘리스SC의 엔진에서 단박에 엑시지S와 같은 광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가속페달 개도에 따라 즉각적인 과급음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맹렬한 가속이 시작되는 것은 4,000rpm부터. 엘리스R과 비슷한 특성이지만 저회전에서부터 과급기에 의한 힘의 보강이 이루어져 실제 수치상으로는 좀더 나은 보폭을 기대할 수 있다. 엘리스R은 6,800rpm에 이르러야 18.5kgm의 최대토크를 뽑을 수 있었지만 엘리스SC는 한결 낮은 5,000rpm에서 21.6kgm의 토크를 낸다.
220마력의 최고출력이 나오는 것은 엘리스R보다 200rpm이 높아진 8,000rpm에서. 3천rpm까지를 촘촘히 표시한 뒤 나머지를 정상 간격으로 10,000rpm까지 표기했던 이전 엘리스/엑시지들과 달리 이번 SC는 RPM9까지의 모든 영역을 공평하게 나눴다. 레드존은 여전히 표시되어있지 않은데, 새로 바뀐 계기판에는 3단계로 나누어 미리 알려주는 변속지시등이 달렸다. (디지털 속도계 기능도 있다고 해서 기대했으나 MPH로 표시되더라.) 8,500rpm을 넘기면 연료차단이 이루어지면서 회전수가 요동치므로 어지간하면 정신을 차리고 제때 변속을 해주는 편이 좋다.

경차 수준에 불과한 870kg의 몸무게를 움직이는 220마력 엔진과 2단에서 100km/h를 찍는 6단 수동변속기는 0-100km/h 가속 4.6초, 0-160km/h 가속 10.7초의 성능을 이끈다. 엘리스R의 0-100km/h가속은 5.2초이고, 최고속도는 241km/h로 같다.

안전|편의 2/5 별2개 승차감, 옵션사항 등 안전편의에 대한 평가입니다.

엘리스가 엑시지보다 좋은 점 중 하나는 지붕이 탈착식이라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지만, 덕분에 지붕을 제거한 상태에서는 승하차가 한결 수월한 점이 덤이다. 몸을 대각선 옆 방향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처럼 어쩔 수 없이 지붕을 달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장점이 무색해지는 것이다.

‘타르가’ 스타일로 탑승자의 머리 윗부분만 탈착식인 엘리스의 지붕은 방수천으로 만들어진 소프트탑. 지붕에 스며든 빗물이 천장을 뚫고 실내로 뚝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옆유리 창가에는 틈으로 새어 든 빗물이 –아주 적은 양이나마-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리가 도어 프레임이 아닌 차체 쪽의 고무와 맞닿게 되고 상단 부분은 탈착식 지붕의 끝단과 연결되므로 고무와 유리의 밀착이 덜 된 탓인 듯 했다.

파워윈도우와 오토도어록이 있고, 에어컨도 달려있다. 사제 느낌 그대로이긴 하지만 아이팟 연결단자가 달린 알파인 오디오와 네 개의 스피커가 있고, 에어백도 두 개나 달려있다. 하다못해 안전벨트를 메지 않으면 경고음도 울려준다.

그래도 로터스는 로터스다. 자그마한 스티어링휠은 위치조절이 불가능하고, 방석과 등받이, 헤드레스트가 통짜인 시트는 오직 앞뒤로 거리조절만이 가능하다. 그나마 동반석은 아예 고정되어있다. 운전석 시트의 앞뒤거리를 어정쩡하게 조절해두면 공중 부양하고 있는 풋레스트로 인해 왼쪽 다리가 엉거주춤해지긴 하지만, 클러치 조작시 다리의 움직임이 아주 자연스러워서 자세가 참으로 잘 잡힌다는 느낌을 받는다. 타고 내릴 때 통곡의 벽 역할을 하는 문턱은 앞으로 갈수록 넓어지면 발공간을 제약하지만, 본격적인 주행에서는 이 부분이 자연스럽게 다리를 지지해주어 몸의 쏠림을 막는다. 역시 달리기 위한 차답다.

가격|유지비 3/5 별3개 차량가격과 구입 후 유지운행의 경제성에 대한 평가입니다.

2010년형 출시와 함께 유럽기준연비가 11.8km/L에 이르게 된 엘리스SC. 가벼운 차체에 작은 배기량의 엔진을 얹는 로터스는 ‘친환경’에 가장 유리한 조건들을 가진 스포츠카이다. 2008년형인 시승차는 320km를 달리고 나자 주유경고등이 켜졌다. 연료탱크 용량은 43.5리터.

장|단점 4/5 별4개 전반적인 장점과 단점에 대한 평가입니다.

8,000rpm에 이르는 엔진회전과 팔꿈치를 통해 전달되는 수동기어의 찌릿한 변속감, 레일을 타고 도는 듯한 날카로운 핸들링에 빠져 무아지경을 넘나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온몸에 땀이 흐르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몰입에 의한 긴장으로 쉽게 피곤이 찾아오고 안 쓰던 근육을 쓴 탓에 몸이 쑤시기도 하지만 그것은 곧 희열이요, 운동 후의 상쾌함이다. 세상의 어느 놀이기구가 이러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