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5 Series 디젤 520d A/T
- 모델연식
- 2008년
- 배기량
- 1995cc
- 최고출력
- 177ps/4000rpm
- 엔진형식
- Diesel
- 가격
- 6210만원
시대의 변화인가? 소비자의 요구인가? BMW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보다 뒤늦게 디젤 세단을 출시하고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520d는 BMW 라인업중 허리에 해당하는 5 시리즈에 연료 효율성을 극대화한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그러나 경제성과 실용성도 좋은 520d의 판매량이 낮은 이유는, 바로 BMW 고유의 이미지 때문이다.
컨셉 4/5 해당 차량의 컨셉입니다.
디젤 엔진에 대한 생각은 단적으로 말해 두 가지다. 하나는 가솔린 엔진을 훨씬 능가하는 힘과 또 하나는 특유의 거친 질감이다. 오늘날 디젤 엔진 기술은 소음과 진동이 가솔린 엔진 수준으로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자동차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느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다. 더군다나 독일 최고급 브랜드 세단에 디젤 엔진 소리가 난다면 아마도 고성능을 암시하는 엔진 사운드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BMW와 디젤 엔진 아니, BMW와 디젤 세단은 어느 정도가 불편한 거리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는 수년 전부터 디젤 세단을 한국에 출시했으며 폭스바겐은 디젤 모델을 매우 공격적으로 강조해왔다. 고성능, 고효율을 주장하는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와 비교한다면 BMW의 디젤 세단은 분명 한 걸음 늦었지만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다.
스타일링 3/5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등 스타일에 대한 평가입니다.
520d는 기존 5 시리즈의 장점을 모두 수용한 덕에 디젤차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차명도 디젤 모델임을 알리는 ‘d’를 더했을 뿐이다. 실내 공간은 충분히 넓으며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한편, 3.0리터급 가솔린 엔진보다 뛰어난 동력 성능을 자랑한다. 밸런스 좋기로 정평이 난 BMW 528i 모델과 비교 시 순간 가속력이 우수한데다 디젤 엔진임에도 회전 질감은 연한 편에 속한다. 특히, 정속 주행하는 경우는 가솔린 모델과 정숙성에서 우열을 다툴 정도로 조용하며 스티어링 휠을 통한 진동도 미비하다. 디젤 엔진이기 때문에 시트를 통해 엉덩이를 간질이는 진동을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거의 없어서 디젤 엔진의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행|성능 4/5 핸들링, 고속주행 등 주행성능에 대한 평가입니다.
520d는 시속 100km로 항속하면 타코미터는 2000rpm 아래에서 머무르며 정숙한 주행 환경을 나타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력은 제원상 8.4초를 기록해 가솔린 모델인 528i보다 1초 늦을 뿐이다. 그러나 시속 100km 이후의 가속력은 한 박자 둔하게 느껴져 박진감이 덜하다. 최고속도는 5단 기어에서 엔진 회전수를 4000rpm까지 올리면 230km를 가리킨다. 중고속 영역은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박진감 대신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520d에 탑재한 6단 자동변속기는 일반적인 주행모드외에 스포츠 모드와 수동 모드를 지원한다. 또 성질 급한 엔진을 여유있게 받아내려는 듯 좀처럼 빠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진중하다. 한 가지 지적할 사항은 정지하기 위해 속도를 낮추면 기어가 내려가는 과정에서 엔진 브레이크 느낌이 거칠다는 것이다. 기어가 빨리 내려가면 엔진 회전수가 높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변속 프로그램이 스포츠 모드가 아닐 때는 기어를 천천히 내려가도록 셋업한다면 부드러운 감각을 더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전|편의 4/5 승차감, 옵션사항 등 안전편의에 대한 평가입니다.
520d를 주행거리가 길수록 기름을 얼마나 아끼지는 알 수 있다. 어지간한 악조건에서도 주행가능거리는 계속 올라가 당황하게 만들었으며 평균 연비도 1리터당 15km대를 유지했다. 고속도로에서는 16km대가 넘는 연비를 보여 한번 주유에 1000km 이상의 장거리 주행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520d는 공인 연비가 1리터당 15.9km로 2.0리터급 디젤 엔진으로는 최고 수준의 효율이다. 핸들링 실력은 약 언더. 전후 무게 배분이 좋은데다 뉴트럴을 길게 유지하는 것도 5 시리즈 그대로다. 굽이진 길에서는 디젤 엔진의 진가가 더욱 나타나지만 승차감은 감각적으로 컴포트쪽에 더 비중을 두었다.
가격|유지비 2/5 차량가격과 구입 후 유지운행의 경제성에 대한 평가입니다.
520d 판매가격은 6210만원, 공인 연비는 1리터당 15.9km이다. 2.0리터급 수입 디젤 세단과 비교 시 다소 비싼데다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하다. 디젤 세단이 인기가 없는 한국에서 수입 디젤 세단으로 승부를 펼치려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작년 11월 17일 출시 후 520d 판매대수(KAIDA 기준)는 11월 10대, 12월 11대 그리고 올해는 2월까지 24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국산차 중에서 디젤 세단의 판매량은 극히 낮으며 수입차도 폭스바겐 파사트 정도가 선전하는 중이다. 520d은 지금까지의 디젤 세단과는 다른 메리트를 추구해야 한다.
장|단점 3/5 전반적인 장점과 단점에 대한 평가입니다.
BMW와 디젤 세단이 아직 낯선 이유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상품성이 좋은데도 판매량이 그렇지 않은 것도 선입견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연료 소비를 줄이고 환경 친화적인 것은 요즘 디젤 엔진 개발에 기초 과제일 뿐 BMW가 520d를 통해 내세우는 것은 운전 재미다. 520d를 시승하는 동안 파워풀한 535d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지만 520d도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차다. 확실한 기본기에 적게 먹고 오래 가는 체력은 수입 디젤 세단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고정 관념을 깨고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얘기다. 다만, 이 차를 구입하기 전에 디젤 연료가 주는 경제성을 더불어 BMW가 만든 디젤 엔진을 미리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